[모리총리 '神國'발언 사과배경]총선票 의식 서둘러 진화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모리 요시로(森喜朗·사진)일본총리의 ‘신국(神國)’발언은 6월 총선을 앞둔 일본 정계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모리 총리가 16일 서둘러 사과한 것은 총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 사태를 하루빨리 수습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이 내각퇴진을 요구하는 것 역시 총선거를 의식한 행동이다.

모리 총리는 이번 발언 후 연립여당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았다. 가와라 쓰토무(瓦力)방위청장관은 “총리의 발언은 이웃국가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연립파트너인 공명당의 큰 반발은 사과를 결정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천황을 중시하는 ‘신도(神道)’정치를 거부하는 공명당측은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에게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총선을 의식한 자민당내 인사들은 “총리가 한마디 할 때마다 표가 달아난다”며 총리의 경솔함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에는 총선을 앞두고 더없는 호재가 생긴 셈. 야당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가 급작스레 타계해 동정표가 여당으로 쏠릴 것을 우려해왔다. 그러던 차 모리 총리의 실언이 나오자 이를 현내각이 국정능력과 역사의식을 결여하고 있다고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삼고 있다.

모리총리가 비록 사과는 하였지만 발언자체를 철회하지 않은 것은 아직 불씨를 남겨둔 것으로 분석된다. 모리 총리가 여론에 밀려 발언을 철회하더라도 어차피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는 판단에서인지도 모른다. 이같은 발언은 돌발적이라기보다 모리 총리가 예전부터 갖고 있던 국가관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 원래 모리 총리는 직설적으로 발언을 하는 스타일이라 이와 비슷한 소동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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