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붉은광장 군사퍼레이드 10년만에 부활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3분


구소련 붕괴와 함께 사라졌던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군사퍼레이드가 10년 만에 부활됐다.

2차대전 당시 소련군이 나치독일을 물리친 것을 축하하는 승전 55주년 기념일인 9일 러시아 권력의 상징인 크렘린궁 바로 앞의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가 벌어졌다. 퍼레이드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당시 대독항쟁에 참여했던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서 온 5000여명의 참전용사들과 러시아군 6000명이 참가했다. 7일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CIS 요인들도 대거 참석해 행사를 지켜봤다.

붉은광장 군사퍼레이드는 90년 11월 7일 볼셰비키혁명 기념일에 열린 것을 마지막으로 중단됐었다.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은 소련체제를 상징하는 퍼레이드를 없애 러시아가 과거와 단절했다는 것을 국내외에 보여주기를 원했다.

마지막 퍼레이드에 참석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대통령은 정신병자의 저격을 받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구소련 시절 붉은광장의 퍼레이드는 베일에 싸인 크렘린의 권력동향을 알 수 있는 기회여서 서방측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행사였다. 레닌 묘 위에 마련된 단상에 도열한 지도자들의 도열순서가 바로 권력의 순위였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퍼레이드는 소련군의 최신 장비와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군사 퍼레이드가 푸틴의 집권과 함께 부활된 것도 관심의 대상이다.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푸틴이 군사력 강화 등을 통해 러시아를 다시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퍼레이드에 군사장비는 등장하지 않았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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