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관-기업 성장 급급 환경은 무관심"

  • 입력 2000년 5월 7일 21시 26분


중국 정파(正法)대학 환경자원센터 왕찬파(王,-·42)교수가 이끄는 ‘환경피해 법률자문센터’는 비정부기구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단히 의미있는 단체다.

98년 설립된 이 단체는 핫라인을 개설해 전국 각지로부터 환경오염과 관련된 피해를 접수받아 법률 소송을 도와주고 있는 유일한 민간단체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먹고 살기는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삶의 질은 더 떨어졌어요. 특히 환경문제에 관한한 중국은 정부 기업 국민들의 관심이 아직 낮은 수준입니다.”

왕교수는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등으로 직접적인 환경피해를 당하면서도 스스로 피해보상을 요구해야 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고 설사 요구했다 하더라도 정부나 기업의 대응이 미비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베이징시 석탄공장 인근 주민 70여명중 5명이 호흡기암에 걸려 집단소송을 낸 것을 도와주면서 절망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88년 세워진 석탄공장 때문에 온 동네가 까맣게 변해가는데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던 주민들은 막상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집단행동을 벌인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병원의 의사들은 진료를 거부했고 70대노인은 석탄공장에 항의하러 갔다가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법원은 최근 주민들의 항의가 소송의 대상이 아니므로 해당관청인 환경국과 협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법률자문센터에 들어오는 피해 사례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대기오염. 겨울에는 전체 신고건수의 50%가 넘는다.

“내이멍구의 한 지역에 동가공 제련공장이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석탄연기 때문에 아황산가스가 기준치의 9배를 초과하고 납이 90배 넘게 검출됐습니다. 이로 인해 4개 마을에 걸쳐 2만여명이 건강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건을 포함해 모두 8건의 대기오염 피해에 대한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교수이자 변호사인 그는 96년 오리사육을 하던 한 농촌주민이 인근공장 폐수로 오리가 집단폐사하자 이에 대한 무료 법률지원을 하면서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환경피해자를 위한 법률자문운동을 펼치게 되었다. 사무실은 정파대 법제연구소 안에 있으며 변호사 교수 대학원생등 20명이 자원봉사자로 순환근무하고 있다.

그는“전화선도 늘리고 자원봉사자수도 늘려야 하는데 재정난 때문에 어렵다”며“중국의 환경오염 분쟁은 매년 10만여건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소송에 들어가는 것은 1%도 안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베이징〓허문명기자> angem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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