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前총리 입원 한달…병세 '오리무중'

  • 입력 2000년 4월 30일 20시 35분


2일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일본총리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지 한 달이 된다. 그러나 오부치 전총리가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그의 치료를 맡은 의료진이 한번도 공식발표를 한 적이 없기 때문. 다만 오부치가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야당측은 요즘 개회중인 정기국회에서 여러 차례 오부치의 병세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의 대답은 한결같다.

가족의 허락이 없으면 병세를 공개하기 어려운데 가족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 야당측은 “오부치 전총리는 공인이므로 당연히 병세를 밝혀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은 전혀 공개할 의사가 없는 듯하다.

오부치가 쓰러졌을 때 왜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관저의 승용차를 이용했는지는 밝혀졌다. 구급차의 무선을 전문적으로 감청하는 사람들이 있어 비밀유지를 위한 조치였다는 것.

자민당내에서는 오부치가 4월19일 이전에 숨지는 것을 매우 걱정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중의원 임기는 10월19일까지이고 임기만료 6개월 이전에 유고가 발생하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는 것.

오부치의 후계자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오부치의 병세를 의료진이 공개하지 않고 후임총리를 결정한 데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부치의 입원 직후 자민당내 실력자 5명이 가졌던 모임에 대해서도 참석자의 말이 조금씩 달라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특히 방위청장관에게까지 입원사실을 알리지 않아 국가안전보장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있다.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전총리의 ‘7공자’중 1명으로 현재 무소속인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중의원부의장은 “관방장관이 자민당 중참 양의원 총회에서 병세를 정확히 전달하고 후임총리 인선을 지도부에 일임했으면 자연스럽게 모리내각이 탄생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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