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美정부 기싸움]법무부 "분할" 게이츠 "소비자 피해"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미국 정부가 컴퓨터 소프트웨어 왕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독점 시정방안을 법원에 제출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미 정부와 MS의 막판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 법무부와 19개 주는 이번 주말쯤 원고측의 MS 독점 시정방안을 연방 지법에 제출할 예정이다. MS는 이에 맞서 자신들의 견해를 담은 답변서를 다음달 10일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미 정부측 입장〓시정방안의 법원 제출을 앞두고 법무부는 25일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 및 법률 담당 참모들에게 MS의 분할로 가닥이 잡힌 시정안을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는 MS관련 소송을 진두지휘해온 조엘 클라인 법무차관보와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마틴 베일리 백악관경제자문회의 의장 등이 참석해 MS의 독점 시정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지는 25일 법무부안이 MS를 ‘윈도’를 생산하는 회사와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회사로 양분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는 전체 시장의 85%를,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한 사무용 프로그램인 오피스는 전체 시장의 90%를 각각 독점하고 있다.

6월에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의 경우 윈도는 95억달러, 오피스는 10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윈도와 오피스의 결합이 MS의 독점을 지속시켜온 고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3일 MS에 대해 독점금지법위반 판결을 내린 토머스 펜필드 잭슨 연방지법 판사도 이를 인정했다.

▽MS측 입장〓MS측은 “회사의 강제분할은 차세대 컴퓨터 운영체제(OS)의 개발을 저해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며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25일 AP통신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오피스 소프트웨어가 없었다면 현재의 윈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퍼스널 컴퓨터와 가전제품 등에도 이용될 차세대 OS는 한 회사 내에서 부서간 협력을 통해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MS의 2인자인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사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지난 25년간 소비자와 미국 경제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해 온 우리 회사가 분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문이 뭐라고 쓰든 어떤 것도 결코 분할을 정당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3만4000여명의 전직원에게 지난해 7월 경영실적을 근거로 분배한 비율에 따라 스톡옵션(주식우선매입권)을 추가로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스톡옵션의 가격은 24일 종가인 주당 66.625달러가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MS주식은 지난해 12월 119.93475달러의 최고기록을 세웠으나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사건의 여파 및 퍼스널 컴퓨터 판매부진에 따른 수익악화로 떨어져 24일 주가는 69.375달러를 기록했다.

MS가 스톡옵션을 배당하는 것은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MS는 이와 함께 연방법원이 독점 시정방안을 판결하는 대로 항소, 재판을 장기화하며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향후 절차〓잭슨 판사는 다음달 24일 공판을 열어 법무부 등 원고측이 제출한 시정안을 심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원이 MS의 독점을 시정하는 방안을 확정, 판결하고 1심을 종료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MS가 항소 및 상고절차를 밟을 경우 대법원 확정 판결은 빨라야 2002년 6월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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