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뉴욕타임스-아사히신문 사설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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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권위지 뉴욕타임스와 아사히신문은 11일 각각 사설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일보사의 제휴사인 양사의 사설을 요약 소개한다.》

▼뉴욕타임스/한국, 안전보장문제 확실히 하도록▼

남북한 정상회담을 6월에 개최한다는 발표는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냉전 지대의 긴장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간의 회담은 분단 이래 정상간의 첫 대화다.

북한은 회담에서 서울측의 인도주의적 원조와 경제 협력을 얻어내려 할 것이지만 남한도 안전보장 문제를 확실히 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시도했지만 미국은 남북간의 직접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대통령은 당선 이후 북한과 기업 관광, 인도적 부문의 협력을 추진해왔다. 그는 ‘햇볕정책’을 통해 군사적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38선(휴전선) 주변의 긴장 상태를 보다 예측가능하고 덜 위험한 관계로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발표는 서울측의 이같은 지혜를 확인시켜 줬다. 이날 발표는 김대통령의 잔여 임기 3년 동안 정국 장악력을 가름할 총선 사흘전에 이뤄져 김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이 회담에 응한 것은 김정일이 북한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과 외교적 개방 노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유럽 중국 일본 미국 등과 관계 개선 노력을 해왔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발전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북한은 아직 위험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는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북한 체제가 갑자기 무너져 수백만명의 난민이 남으로 쏟아져 내려와 비무장지대의 충돌을 부를 위험은 여전하다. 서울측은 회담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실패했다. 6월 만남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남북한 간에 때늦었지만 희망적인 해빙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아사히 신문/南 실리적 선택-北 대남정책 변화▼

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돼 대립해온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처음으로 회담을 갖게 됐다. 전격적인 발표에 놀라기는 했지만 한반도의 긴장 완화 조짐으로 이해하고 환영한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냉전구조는 세계 정치의 불안정 요소가 되어 왔다. 남북 정상회담은 이 같은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정상회담 개최 의의는 참으로 크다.

김대중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펼쳤다. 북한은 체제를 붕괴시켜 흡수하려는 술책이라고 경계했다. 한국내에서도 이 정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이번에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은 북한의 대남정책 방침 변경인 동시에 ‘햇볕정책’의 큰 성과다. 북한이 방침을 바꾼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국제환경의 변화와 국내 경제건설의 필요성이 그 배경이 된 것 같다. 김정일체제가 충분히 굳어지고 대외정책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국민의 기아상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공개된 예산안을 보면 경제재건에 매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TV가 정상회담 합의를 즉시 전달한 대목에서는 북한의 변화가 ‘진짜’라는 인상을 받는다.

김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현실적인 선택이다. ‘허명을 버리고 실리를 취한다’는 결단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회담까지 남은 2개월. 과거 경험으로 보아 낙관은 힘들다. 남북 당국은 자제해가며 신중하게 준비를 해주길 바란다.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라도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측면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리〓심규선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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