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 新시대]한반도에 미칠 영향/對北정책 변화 가능성

  • 입력 2000년 4월 4일 23시 14분


《일본 정국이 급류를 타고 있다. 현직 총리의 유고라는 긴급사태를 맞아 일본 정계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자민당 간사장을 후임 총리로 선출하기로 했다. 모리의 등장이 향후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과 일본 정국에 몰고올 변화, 국제사회와의 관계 등을 시리즈로 짚어 본다. 》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이 출범해도 한일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치는 총리 개인의 능력이나 개성보다는 파벌에 의해 움직이는데다 현재 한일간에 특별한 현안이 없기 때문이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모리 내각이 발족하더라도 한일관계가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모리정권이 빨리 안정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韓日의원연맹 부회장 역임▼

모리 총리내정자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총리에 비한다면 친한파 혹은 지한파로 불릴 정도는 아니다. 그는 당내에서 간사장 정조회장 총무회장 등 당 3역을 모두 거쳤고 문부 통산 건설상을 지냈지만 외교분야 경험은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으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의원축구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그가 이끌고 있는 모리파는 미쓰즈카 히로시(三塚博)전 대장상의 파벌을 넘겨받은 것이다. 미쓰즈카는 현재 한일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미쓰즈카의 후계자인 그 역시 한국에 대해 상당한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오부치파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부치파 중에는 모리 총리내정자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다. 따라서 한일간 외교문제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이 비교적 전권을 갖고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고노 외상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한파여서 일본의 대한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치상의 중대한 변화가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자민당 간사장대리가 간사장을 맡을 것으로 보여 일본 국내정치는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나카 간사장대리는 오부치 정권 초기 관방장관으로 활약했던 당내 실력자 중의 한 명이다. 자유당과 공명당을 연립정권으로 끌어들인 것도 그의 수완이다.

다만 그는 오래 전부터 북한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인지라 앞으로 대북정책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7년 반 만에 재개된 북-일 국교정상화교섭도 그가 사전정지작업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일본의 대북정책 방향이 한국의 대북정책 방향과 일치할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5월말 韓日정상 대면 가능성▼

그렇지만 한일관계는 일본의 정책 변화보다도 한국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예전부터 자민당측과는 별로 친분관계가 없다. 현 정부 내 지일파로서는 박태준(朴泰俊)총리가 있을 뿐이다. 한국의 일본에 대한 의사전달역할을 해온 막후실력자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전총리도 현재 투병중이다. 공개적인 교섭도 중요하지만 사전정지작업을 보다 중시하는 일본 정계 풍토에 통할 수 있는 건전한 로비스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통령과 모리 총리내정자는 5월말∼6월초 일본에서 첫 대면을 할 가능성이 높다. 7월 G8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오부치 전총리가 김대통령을 초청했는데 이 초청은 총리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측으로서는 총리가 바뀌어도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모리 총리내정자가 5월초 이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본측이 당초 예정대로 김대통령을 초청한다면 정상회담은 이뤄질 수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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