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사회 가는길]빌게이츠 해킹하고도 풀려나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사이버 지갑’을 해킹을 통해 손에 넣었던 영국의 10대 해커 라파엘 그레이(18)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영국 웨일스 경찰의 합동 수사 끝에 24일 체포됐던 그레이는 신용카드 정보를 훔친 경위를 조사받았으나 별로 악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고 더타임스 등 영국의 일간지 인터넷판이 27일 전했다.

그레이는 경찰에서 “해킹을 한 것은 전자상거래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정보 보안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증명해 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1998년 중반 MS사가 버그 수정용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공개하자 이를 역으로 이용해 해킹을 했던 그는 “훔친 정보로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그가 손에 넣은 빌 게이츠회장 등의 신용카드 정보로 물건을 구입한 일은 없으며 이같은 신용카드 정보를 미 NBC방송사의 자회사인 NBCi에 E메일로 보낸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레이는 “컴퓨터 정보 보안에 대한 주의를 불러일으키려 했지만 NBC측은 내 의도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그는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태국 등 5개국의 9개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에서 2만6000여명의 신용 정보를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큐레이더(Curador)’란 이름으로 인터넷공간을 누벼온 그가 저지른 범죄라고는 7, 8개의 도메인을 공짜로 등록한 것 뿐. 그중 하나인 curador.com을 등록할 때 써넣은 가짜 주소는 그가 살고 있는 인구 700명의 마을에서 몇㎞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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