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권교체]리덩후이 사퇴후 국민당 어떻게 되나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6분


리덩후이(李登輝·사진)대만총통의 당주석직 조기사퇴로 국민당의 개혁작업이 급류를 타게 됐다.

국민당 당헌(黨憲)은 주석 사임후 3개월내에 당대회를 열어 새주석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9월로 예정됐던 당대회는 6월로 앞당겨질 전망. 그때까지는 롄잔(連戰)부총통이 주석대행 겸 국민당 개혁위원장을 겸한다.

새 주석은 사상 처음으로 당원의 직접투표로 선출된다. 지금까지는 당 중앙상무위원 등 당내 실력자들이 사전에 새주석을 옹립하는 ‘밀실 정치’였다.

국민당의 앞날은 크게 두 갈래로 점쳐진다. 첫째는 지도부의 전면 ‘물갈이’로 당이 새출발하는 것. 리총통을 비롯한 주요 당간부들이 전원사퇴하고 직선을 통해 뽑힌 새인물이 당을 이끄는 방식. 차세대 선두주자 마잉주(馬英九)타이베이(臺北)시장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 경우 국민당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총통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쑹추위(宋楚瑜)가 창당할 신당에 국민당 인사들이 대거 옮겨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

둘째는 쑹이 국민당에 복귀해 주석을 맡을 가능성. 쑹의 신당 창당은 국민당의 공중분해와 직결된다. 이를 우려한 국민당측이 그를 주석으로 재영입할 것이라는 시각. 리총통과의 갈등으로 당에서 제적됐지만 쑹은 여전히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이 경우 국민당은 대대적인 당개혁이 불가피하며 200억달러로 추정되는 당 재산분배를 둘러싸고 리총통측의 주류파와 갈등이 예상된다.리총통이 당원의 거센 사퇴요구에도 불구하고 9월에 물러나겠다며 버텼던 것도 엄청난 당 재산을 정리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 실제로 총통선거 패배후 타이베이에서는 리총통측이 상당액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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