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36년만에 이스라엘 성지방문…팔 독립 지지표명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전쟁도 갈등도 사랑과 화해의 햇살 아래 눈녹듯 스러진 하루였다.

중동 성지순례 사흘째를 맞는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79)는 22일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인이 대치중인 요르단강 서안의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을 방문했다. 교황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부부와 함께 예수의 탄생을 기념한 말구유 광장에 나가 1만여명의 가톨릭 신도 앞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이에 앞서 교황은 환영행사에서 “팔레스타인 국민은 이 지역에서 다른 민족과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으며 조국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교황은 21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우리는 모두 이스라엘과 중동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며 “이제 가톨릭과 유대교 사이의 편견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교황의 이스라엘 방문은 1964년 바오로 6세의 비공식 방문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바오로 6세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의 표시로 유대교 지도자들을 일절 만나지 않았고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한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로마 교황청은 94년에야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다.

교황은 21일 이스라엘의 벤 구리온 공항에 내리자마자 각각 가톨릭 이슬람 유대교 신자인 3명의 어린이가 예수가 성장한 나사렛에서 가져온 흙에 입을 맞췄다. 에제르 와이즈만 이스라엘 대통령은 교황이 가톨릭의 반(反)유대주의 청산에 노력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교황은 23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기억하자는 홀로코스트 기념관도 방문해 과거 가톨릭이 유대인 대학살을 외면했던 과오를 인정할 예정이다.

▼교황 성지순례 일정▼

▽23일〓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학살) 기념관 방문 ▽24일〓갈릴리(예수가 산상수훈을 한 곳) ▽25일〓나사렛(성수태고지 교회), 올리브산(겟세마네 동산) ▽26일〓동예루살렘(십자가의 길과 성묘교회)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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