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입장差]中 종전입장 불변…대만 유연대처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대만 총통선거 이후 중국과 대만이 첫 탐색전을 가졌다. 그들이 던진 화두(話頭)는 ‘하나의 중국’이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해온 천수이볜(陳水扁) 총통당선자가 향후 양안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속내를 먼저 드러냈다.

그는 20일 장룽파 에버그린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대만을 동등한 관계로 인정할 경우’란 전제를 단 뒤 “‘하나의 중국’이 중국의 정의에 따른 원칙이 아니라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독립을 선언하는 등의 강경노선을 취하는 대신 종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양안 문제를 유연하게 다룰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데니스 사소 응게소 콩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도중 “대만해협 사이의 대화와 협상은 기초가 있어야 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반드시 인정해야 하고 이 전제조건 하에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중국의 종전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었지만 천 당선자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것임을 넌지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이 모두 ‘하나의 중국’을 내세웠지만 품고 있는 생각은 현저히 다르다.

우선 상대방의 자격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이며 1개 지방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대만은 중국과 대등한 정치적 실체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천 당선자는 ‘하나의 중국’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대등한 관계’와 ‘대등한 조건’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등한 관계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양안 정상회담시 호칭과 회담장소, 유엔과 국제기구의 가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의 중국’이 협상의 전제인지, 아니면 대화의 주제인지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 대화와 협상의 전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으로서는 이를 전제조건으로 삼을 경우 회담시작 전에 대만이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대만이 대화의사를 밝혔으나 당분간은 ‘소득없는 입씨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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