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권교체]14년된 민진당, 88년된 국민당 꺾어

  • 입력 2000년 3월 19일 23시 27분


‘당원 20만명 대 250만명’ ‘14년전 창당된 야당과 8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년 여당.’ 대만의 양대 정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과 국민당의 외형적 힘은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차이처럼 분명하다. 그런데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듯이 민진당 후보가 총통 자리를 차지했다.

민진당은 1986년 대만의 독립을 기치로 내세운 반체제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대만 역사상 첫 야당. 당시 장징궈(蔣經國)총통 정부가 국민당 이외의 정당설립을 금지하는 법률을 폐지하자마자 태어난 정당이다. 초기 당원들은 가난한 농부와 노동자, 택시운전사 등 서민이 주축이었다.

초기에는 당원이 6만명에 불과했으나 학생 교수 관리 등 지식인층을 끌어들이며 노동자 계급의 정당에서 대중적 정치력을 가진 정당으로 이미지를 바꿔나갔다. 당원 수도 20만명으로 급증했다.

민진당이 약진하게 된 계기는 94년 지방선거. 대만 제1, 제2의 도시인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 시장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전국민의 고른 지지를 얻을 정도의 대중적 역량은 부족해 96년 실시된 첫 총통선거에서 21%를 얻는 데 그쳐 54%를 얻은 국민당에 크게 뒤졌다. 특히 대만 독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후 민진당은 독립을 당 강령에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대만 독립이 아닌 현 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명분보다 실리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집권당이 된 민진당의 노선은 앞으로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수이볜은 17일 총통으로 당선되면 민진당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총통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민진당의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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