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드레스드너 합병 파장]국제금융계 짝짓기 가속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와 3위은행인 드레스드너방크가 합병, 세계 최대 은행을 탄생시키기로 합의함으로써 국제 금융계에 ‘짝짓기’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두 은행의 합병은 미국 일본과 달리 가급적 독자노선을 걸을 것 같던 유럽 주요 은행들이 합병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는 것을 뜻한다.

▼자산 1375조원 세계 최대▼

두 은행은 이르면 9일 합병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외신이 전하고 있다.

두 은행은 7일 합병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자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합병 논의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미국 뱅크스트러스트를 인수(발표시점은 1998년10월)한 뒤 자산규모 9060억달러가 된 도이체방크는 드레스드너방크를 합병하면 자산 1조2500억달러(약 1375조원)의 세계 최대은행이 된다.

▼유로화 출범이 합병 촉진▼

다만 작년 8월 경영을 완전통합키로 발표한 다이이치칸교 후지 닛폰코교은행 등이 실제로 통합하는 2002년 봄이면 이들의 총자산(현재 1조3118억달러)과 비슷하거나 약간 작을 수 있다.

양 은행이 합병키로 한 것은 국제화와 정보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덩치를 키우지 않고는 치열한 국제금융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21세기 금융기관의 사활을 좌우할 정보기술(IT)에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하고 미국 일본에서 잇따르고 있는 대형 합병은행과 경쟁하려면 ‘적과의 동침’을 통해서라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美-日서도 경영통합 러시▼

유럽단일통화인 유로화가 출범하고 유럽경제권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합병을 촉진시킨 요인이 됐다.

금융대재편은 최근 몇년간 지구촌 곳곳에서 잇따랐다. 금융분야 세계 최대의 경쟁력을 가진 미국에서도 1998년 씨티은행의 모그룹인 씨티콥그룹과 대형 금융서비스그룹인 트래블러스그룹이 합병했고 네이션스뱅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합병을 발표했다.

▼세계 금융지도 다시 그릴듯▼

일본에서는 지난해 3개 대형 은행의 경영통합 외에도 치열하게 경쟁하던 스미토모은행과 사쿠라은행의 합병, 도카이은행과 아사히은행의 경영통합 등이 이어졌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행과 파리바은행의 합병발표 등이 있었으나 미국 일본에 비하면 뜸한 편이었다.

이번 도이체방크와 드레스드너방크의 합병 합의는 유럽을 비롯한 국제 금융계를 다시 재편할 수도 있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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