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0명 中서 사기피해…여권 뺏기고 귀국 못해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취업사기꾼에게 속아 중국에 온 한국인 20명이 여권까지 사취 당해 1주일 이상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박모씨(40)등 20명은 중국의 한국기업 건설공사 현장에 작업반장이나 공사감독으로 취업시켜 주겠다는 한국인 최모씨(33·인천) 형제에게 속아 2월 10일과 24일, 27일 각기 다롄(大連)으로 건너왔다가 최씨 형제가 여권과 돈을 갖고 달아나는 바람에 발이 묶인 신세가 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피해자중 지난달 24일 중국으로 건너왔다가 여권과 돈을 사취 당해 현재 다롄에 머물고 있는 정모씨(52)는 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여권과 돈을 맡기고 일터에 나갈 때까지 민박집에서 합숙하고 있으라는 최씨의 말을 믿었다가 낭패했다”고 말했다. 최씨 형제는 “중국 건설공사 현장에서 감독으로 일하면 매월 25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자신들을 중국으로 데려왔다고 정씨는 말했다.

다롄한국인회 김종욱(金鍾旭)사무국장은 “최씨 형제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에서 사람들을 데려와 여권과 금품을 사취한 것으로 알려져 확인 중”이라며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사무국장은 다롄한국인회가 피해자 중 9명을 보호 중이며 다른 7명은 밀린 숙박비 때문에 중국인 민박집에 억류돼 있고 나머지는 다롄을 떠나 4일 중국 공안당국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보호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한국대사관측은 “중국 당국에 최씨 형제의 소재파악 및 신병확보를 의뢰하는 한편 피해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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