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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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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석방을 주장해 온 ‘피노체트 재단’측은 “이제 악몽은 끝났다”면서 환영. 이 단체 회원 50여명은 박수를 치거나 서로 얼싸 안았고 일부는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피노체트의 폭압 정권하에서 가족을 잃거나 고문을 받은 사람들은 법정투쟁을 다짐하는 등 결연한 각오를 보였다. 한 피노체트 반대 단체를 이끌고 있는 비비안나 디아즈는 “그는 무죄 판결을 받은게 아니라 세계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오는 것”이라고 분개.
○…세계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런던에 있는 ‘칠레 정의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너무 실망했다”고 밝혔고 미국 뉴욕의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번 결정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영국 정부를 비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피노체트는 칠레에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독재자들은 이제 고국이든 해외에서든 편안하지 못할 것”이라며 말했다.
○…당초 검찰이 피노체트의 단죄를 위해 신병인도를 요구한 스페인 정부는 이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정리했고 벨기에도 스페인과 비슷한 태도.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는 “영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고 스페인 외무부는 “새로 피노체트 소환장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
영국 야당 보수당은 “현 정부가 그를 석방한 데 대해 안도한다”면서 “그를 법정에 세울지 여부는 칠레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주장.
○…프랑스 의회 외무위원장인 자크 랑은 “그를 석방한 것은 정의를 무시한 것이며 희생자들과 영국 사법체계를 뒤흔들만한 행위”라고 격렬하게 비난. 랑은 성명을 내고 “피노체트가 칠레의 법정에 반드시 서도록 세계의 민주주의 세력은 칠레의 민주주의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
<김태윤기자> 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