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어디까지]日 악질 소년범 실명보도 논란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중대하고 악질적인 사건의 범인은 미성년자라도 실명으로 보도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大阪)고등법원은 실명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년범이 잡지사를 상대로 낸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소년범의 손을 들어준 1심판결을 깨고 피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미성년 범죄자의 실명보도를 금지한 법의 취지는 미성년 범죄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지 ‘실명으로 보도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어떤 인물이 악질적인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사회의 정당한 관심”이라며 표현과 보도의 자유를 우선했다.

이번 소송은 1998년 오사카 사카이(堺)시에서 유치원생을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로 살해한 당시 19세 소년범이 월간지 ‘신초(新潮)45’를 상대로 제기했다.

신초는 범인의 실명을 밝히고 중학생 시절 얼굴사진과 함께 성장배경을 낱낱이 보도했다. 소년범은 2200만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은 원고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250만엔을 지불하라고 잡지사측에 명령했다. 범인은 형사소송 1심에서 징역1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일부 법률가들은 이번 판결이 무분별한 보도경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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