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매케인 치켜세우고 부시는 호되게 비판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지지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두를 위협받는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진영이 언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부시 주지사의 동생인 마빈 부시는 8일밤 기자들에게 “매체들이 매케인에게 아첨하는 소리가 너무 요란하다”고 폭언했다. 함께 있던 부시 주지사가 황급히 팔을 내저으며 ‘오프 더 레코드(보도하지 말 것)’를 요구했지만 이미 늦었다.

부시 진영은 언론이 매케인에게 너무 호의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언론 보도가 매케인에게 기운 듯한 느낌도 준다. 10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은 온통 매케인의 공약에 대한 논란에 할애됐다.

반면 부시 주지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보도가 대부분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기록적 액수인 7000여만 달러를 선거자금으로 거둬 5000만 달러를 쓰고도 고작 3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데 그쳤다는 자금모금책들의 비판을 10일 소개했다.

매케인은 유세버스에 기자들을 동승시켜 언제든 기자들에게 질문기회를 준다. 그러나 부시는 기자들의 접근을 통제해 기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따라서 언론의 보도태도는 부시측의 자업자득이라고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TV광고를 많이 할 돈이 없는 매케인이 언론을 활용하기 위해 언론의 접근을 무제한 허용한 것이 주효했다고도 볼 수 있다. CNN방송의 한 정치평론가는 “매케인에게는 기자들이 더 이상 물어볼 것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유에스에이투데이의 고정 칼럼니스트 월터 샤피로는 9일자 칼럼에서 양당의 예비후보 4명에게 과열유세를 재고하라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앨 고어 부통령(민주)〓당신은 지난 7년간 빌 클린턴 대통령 뒤에 가려 있던 당신의 포부를 밝힐 때다. 상대방을 비방할 때가 아니다.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민주)〓고어의 불법 선거자금 모금 의혹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제기했어야 했다. 지금의 비방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퍼붓는 천박한 소리로 들린다.

△부시 주지사〓매케인을 비난하거나 자신이 정치명문가 출신임에 의존하지 말고 고어와 대비될 수 있는 실천적 경험을 내세워라.

△매케인 의원〓시사주간지 3곳의 표지인물로 나온 사람에게 조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왜 선거자금법 개혁과 의회의 선심성 예산편성에 반대하게 됐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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