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여객기 인질범들 거액 놓쳤다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3분


지난해 말 인도항공 여객기를 납치해 인도 정부에 2억달러(약2200억원)를 요구했던 인질범들은 승객 가운데 스위스 최대 갑부 한 사람이 끼어있는지 몰라 절호의 흥정 기회를 놓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17일자)은 납치된 인도항공 814편의 승객 155명 가운데는 세계 지폐 인쇄 산업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스위스 ‘데 라 루 기오리’사의 소유주 로베르토 기오리(50)가 있었으나 납치범들은 이를 모른 채 인도 정부와 흥정했다고 전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이중 국적인 기오리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데 라 루 기오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스위스 최고 갑부 가운데 하나.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여자 친구와 휴가를 보내고 이 여객기에 탑승했다. 그러나 비즈니스석에 앉아 있다가 이코노미석으로 내몰리면서 일반 승객과 뒤섞여 억만장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스위스 정부는 여객기가 억류돼 있던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공항에 특사까지 파견했으며 인도 정부에 사태를 빨리 해결하라고 압력까지 넣었다는 것이다.

기오리는 풀려난 뒤 “만일 이슬람 반군 지도자들이 안 풀려 나왔으면 납치범들은 여객기를 이륙시켜 칸다하르 공항 근처 언덕빼기에 추락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인도인 승객들의 숙명론에 크게 감동했다”며 “여객기가 이탈리아인이나 프랑스인으로 가득차 있었다면 상황은 아주 달랐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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