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軍 완강한 저항에 러軍 고전

  • 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체첸 수도 그로즈니 장악전에 나선 러시아군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체첸군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쳐 지난해 12월15일 그로즈니에 지상군을 투입한지 20여일이 지나도록 일진일퇴만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체첸에서의 승전보에 기대 인기를 유지해왔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4일 체첸 파견 러시아군 사령관 빅토르 카잔체프의 말을 빌려 러시아군이 언제 그로즈니를 장악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며 인명 손실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12월11일 그로즈니 주민들에게 탈출하라고 최후통첩한 후 같은 달 25일 본격적인 도심장악전에 나섰으며 지난 연말까지는 점령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이 체첸을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한 1일에는 20여발의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며 체첸군의 숨통을 바싹 조였다.

그러나 반격에 나선 체첸군은 모브라딘 우두고프 군대변인을 통해 4일 체첸 남서부 알한 유르트와 알한 할라, 쿠랄리 등 3각 지역을 공격했으며 블라디미르 샤마노프 체첸 서부전선 사령관이 머무는 본부건물을 격파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아르군 그루즈와, 이슬람권인 그루지야공화국으로 통하는 요로를 공격해 큰 전과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체첸군은 그로즈니 시내에서도 지뢰지대 지하통로 터널 참호 등을 통해 시 전역을 요새화시킨 채 항전에 나서 러시아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군은 아군의 박격포탄에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한 부상병들이 수술 도중 숨지는 등 전투와 지원의 혼선으로 사기저하를 겪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4일 전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체첸군이 오랜 대(對)러시아 항전 경험과 이슬람권으로부터의 군수물자 보급을 바탕으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체첸전에서 지루한 일진일퇴가 계속될 경우 3월 대선에서의 승리를 노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악재(惡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제1차 체첸전(94∼96년)이 장기화된 후 패배하면서 급격한 지도력 상실을 겪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군은 95년 1월 시작한 그로즈니 장악전에서 3개월 만에야 점령에 성공했으며 그나마도 1년반에 걸친 체첸군의 반격으로 5000여명의 사망자를 남긴 채 물러나야 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러시아군이 체첸전에서의 정확한 사상자 숫자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사망자가 늘고 있으며 부상자가 야전병원에 잇따라 실려오고 있다는 소식들이 모스크바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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