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곧 올린다" 투자자들 투매…세계증시 불안

  • 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세계 증시가 연초부터 폭락세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 작년말 주요 증시의 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낙관적 분위기로 폐장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리 인상 우려 가중〓세계 증시의 동반폭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달 초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 4일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의 연임 확정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린스펀의장은 그동안 미국 증시 과열을 여러번 경고하고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여기에 주식투자자들이 금리인상 이전에 매매차익을 챙기기 위해 매물을 대거 내놓으면서 하락세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리 인상폭이 관건〓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지만 금리인상 폭이 예상보다 크고 횟수가 예상보다 잦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돼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FRB가 지난해말 금리인상 필요성이 있는데도 Y2K우려로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실기(失期)했기 때문에 다음달 FOMC 회의에서 인상폭을 기존의 0.25%포인트보다 두 배나 되는 0.50%포인트로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94, 95년 미국이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9차례에 걸쳐 연리 3%에서 3%포인트나 인상했던 기억 때문에 올해도 금리가 상당폭 오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은행 워버그 딜런 리드는 보고서를 통해 FRB가 올해 안에 금리를 연 5.50%에서 6.50%로 1%포인트 올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도 올해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증시 조정 불가피〓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세계증시 동반폭락을 본격적인 조정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주가가 지난해 오를만큼 올랐고 미 연방당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따라서 최소한 다음달 금리인상이 확정될 때까지는 증시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작년말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정보통신 등 기술관련 업체들의 작년 실적 발표도 올해 증시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가가 급등한 기술주 중에도 상당수가 거품이 많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작년실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전체 증시의 거품이 한꺼번에 사그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영이기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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