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울린 '편지' 주인공 인도 부부, 딸과 상봉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12분


여객기 납치범을 울린 편지를 썼던 부부가 인질극이 끝나 새해 첫날 딸과 감격스러운 상봉을 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지난해 12월30일 인도항공 소속 A300 여객기에 인질로 억류 중이던 인도 여성 아누파마 굽타는 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납치범들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남편 산자이와 함께 네팔에 휴가를 갔다 돌아오던 길에 인질이 된 굽타가 네살배기 어린 딸 ‘판자’에게 유언삼아 쓴 편지였다.

‘판자야, 엄마는 너를 너무 너무 사랑했단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주렴. 부디 튼튼하게 자라거라. 신께서 너를 보살펴 주실거다. 언젠가 네가 커서 이 편지를 읽을 수 있을 날이 올거라 믿는다.’

굽타는 12월26일 이 편지를 쓴 다음 납치범들에게 맡기려 했으나 납치범들은 “어차피 협상이 깨지면 당신들이나 우리나 함께 죽는데 편지를 누가 전달하느냐’며 편지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납치범들은 12월 30일 인도 정부와의 협상이 깨지자 좌절감 속에 이 편지를 받아들었다는 것.

특히 납치범 가운데 우두머리는 이 편지를 읽고는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고 굽타의 남편 산자이가 전했다. 그는 “편지를 보며 우는 그들을 보고 너희들도 역시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납치범들은 인도 당국과의 협상이 타결돼 12월 31일 이들을 석방하면서 편지도 함께 돌려주었다.

여객기 납치범들은 인도 당국이 풀어준 이슬람 반군 동료 3명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공항을 떠나 사막지역에서 행방을 감췄으나 파키스탄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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