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구스마오 "내일은 우리것"…7년만 東티모르 귀환

  • 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5분


“우리의 슬픔은 너무 길었다. 이제 밝은 내일은 우리 것이다. 여러분은 정말 용감했다.”

동티모르의 독립운동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53)의 목소리는 감격에 떨렸다. 92년 인도네시아의 ‘27번째 주(州) 동티모르’에서 체포됐던 그는 22일 ‘독립국 동티모르’에 돌아와 동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7년만의 귀국이었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날 딜리 시내 옛 주지사 관저 앞에서 행해진 그의 귀국연설을 듣기 위해 수천명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 들었다고 전했다.

무장독립운동단체의 전투복 차림으로 등장한 구스마오가 “우리는 더이상 인도네시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외치자 주민들은 일제히 ‘사나나’를 외쳤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구스마오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며 “인도네시아의 잘못은 잊어버리고 조국의 재건에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동티모르의 초대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그는 이어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구스마오는 21일 밤 호주 다윈을 출발, 호주 군용기 편으로 딜리에 도착했다.

독립반대 민병대의 테러를 염려해 그의 귀국계획은 극비리에 추진됐다.

한편 이날 서티모르 쿠팡에서 2000여명의 동티모르 난민을 실은 배가 딜리에 도착하는 등 난민 귀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배 편으로 난민이 대규모로 귀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향후 일주일동안 1만6000명이 속속 귀향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가 동티모르의 독립을 승인한 20일 이후 서티모르 내 무장민병대가 동티모르와의 접경지대로 집결하고 있어 다국적군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