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강진 이모저모]페허더미마다 잠옷차림 시신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06분


터키 시민과 당국은 17일 새벽 강력한 지진으로 폐허처럼 변해버린 서부지역에서 필사적인 생존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터키의 민간구호단체들은 수많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적인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진앙지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마르마라 해변의 소도시 이즈미트와 인근 골주크에서는 주민들이 18일 이른 아침부터 구조작업을 벌였다.

특히 골주크에서는 구조장비를 구할 수 없자 주민들이 맨 손으로 폐허더미를 헤치며 생존자를 찾아 나섰으며 일부 주민은 “장비와 인력지원 부족으로 건물더미에 깔려 있는 수백명이 죽어가고 있다”며 행정 당국을 맹렬히 비난.

○…인구 50만명의 도시 이즈미트의 한 주거지역에서는 7층아파트 2개 동이 완전히 붕괴돼 주민이 매몰됐다. 새벽에 닥친 지진 때문에 건물잔해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은 대부분 잠옷차림이었다.

주민들은 무너진 건물 속의 생존자를 당장 꺼낼 수 없자 이들에게 우선 식수를 공급하며 특수장비를 동원해 구조가 빨리 이뤄지기만을 간절히 기원.

○…이스탄불의 유명한 역사적 유적지들은 다행히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터키 당국은 성 소피아 성당을 비롯해 푸른 사원, 과거 오스만제국 시절 술탄이 거주했던 수많은 궁전 등 관광명소는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관광업체 직원은 “이 유적지들은 수백년동안 많은 지진을 겪고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45초간의 강력한 지진에 이어 300여차례의 여진을 겪은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은 지진에 대한 공포가 아직도 가시지 않아 18일에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기를 꺼리는 모습. 이들은 공원과 들판 등에 천막을 치고 임시로 거주하면서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는 천막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터키의 구호단체인 ‘붉은 초승달’은 지진 피해를 본 10만여명의 터키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92만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 이에 따라 국제적십자연맹은 식량과 식수 담요 텐트 등 긴급구호물품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활동에 나설 계획.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터키에서 지진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면서 “지진 피해자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

터키 외무부의 할둔 오트만 대변인은 “식량과 담요 등 생필품도 필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소방대원과 수색전문요원, 구조대원 등 인적 지원”이라며 지원을 호소.

○…터키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쿠르드 노동자당(PKK)은 17일 수감중인 PKK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이 지진 최대 피해 지역 인근에 수감돼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오잘란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터키 정부에 요청.

PKK지도부는 또 “지진으로 피해를 본 모든 터키인과 쿠르드인에게 동정을 보낸다”며 PKK요원들에게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이즈미트·골주크·앙카라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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