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래 등 한국계 美작가들 「문학적 뿌리」 논란

  • 입력 1999년 7월 26일 18시 33분


요즘 미국에서 소수민족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계 작가들의 활동상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외국인 학생’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수잔 최외에도 ‘네이티브 스피커’ 한 권으로 ‘뉴요커’가 선정한 ‘21세기에 활약할 미국 소설가 20인’ 중의 한 명으로 꼽힌 이창래교수(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 포스트모던의 선구작으로 꼽히는 ‘딕테’의 작가로 요절한 차학경, 시 ‘깃발 아래서’로 이민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김명미, 소설 ‘천그루의 밤나무’의 미라 스타우트 등…. 정체성 혼돈을 주요 주제로 삼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수는 증가일로다.

이들의 작품은 한국문학의 확장된 형태인가, 아니면 미국문학인가?

95년부터 3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한 김승희교수(서강대·작가)는 현재 한국문학 연구자 사이에 한국문학작품 범위설정에 관한 정의가 △한국인이 한글로 쓴 작품 △작가의 국적에 관계없이 정치사회적 경험을 공유한 한글작품 △한글로 쓰여진 작품 △언어에 관계없이 한국적 문화경험과 정체성을 공유한 작품 등으로 엇갈린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이민자의 심리를 묘사했지만 영어로 쓰여진 강용홀의 ‘꽃신’의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국문학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김교수는 또 “국경개념이 약화되는 시대에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를 넘어서 교포의 한글작품 혹은 한국계 작가의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소수민족문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대표적 사례가 대학 강의의 교과서 변화. 대부분 대학들이 백인작가 중심의 ‘노튼(Norton)선집’에서 아프리카계 스페인계 아시아계 작품을 중시한 ‘히드(heath)선집’으로 교재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문학을 연구하는 국내 학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국내 ‘영어영문학회지’에 한국계 미국작가에 대한 연구논문 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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