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TV 인종차별 조장』인권단체 소송 착수

  • 입력 1999년 7월 5일 19시 48분


프랑스 전체 인구 6000만명 가운데 흑인 등 유색인은 10%가 넘는 700만명이나 된다. 그러나 프랑스 주요 TV채널의 뉴스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보면 사실상 백인 프랑스인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반인종차별단체인 ‘집단 평등’은 최근 TF1 등 주요 TV방송의 사장들을 상대로 ‘인종차별’에 관한 소송에 착수했다.

이들은 프랑스 TV방송들이 흑인 등 프랑스내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흑인공동체에 대한 엄청난 도덕적 편견을 심어주었다고 주장한다.

집단평등은 나아가 TV에 일정 비율 이상의 흑인을 출연시키는 TV쿼터제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집단 평등’의 대표인 흑인작가 칼릭스 베얄라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다문화 다인종사회지만 TV에서는 좋은 이미지의 흑인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불평한다. 실제로 TV시리즈물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흑인들은 대개 마약밀매 절도 살인 등 범죄자의 배역을 맡는다.

90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프랑스 최초의 흑인대표로 출전했던 모델겸가수 조엘 우르쉴리는 “프랑스인들은 영국이 프랑스보다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여기고 있으나 영국 TV에서는 흑인 앵커나 사회자를 흔히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TV프로듀서들은 프랑스어를 악센트없이 완벽하게 구사하는 흑인을 찾을 수 없어 사회자로 기용하지 못한다는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흑인 사회자 없는 프랑스TV는 프랑스가 인종적 편견과 차별로 가득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지적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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