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실력자 발머「혁신」이끈다…고객중심 변신 시도

  • 입력 1999년 5월 30일 18시 09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생각하면 누구보다 컴퓨터의 천재 빌 게이츠 회장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MS에는 스티븐 발머(56)라는 또 다른 실력자가 있다.

지난해 8월 MS사장에 취임한 발머는 게이츠와 함께 MS사의 ‘투 톱’에 해당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게이츠회장이 기술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면 발머사장은 영업과 경영 부문을 책임진다.

발머사장은 하버드대 재학 시절 빌 게이츠를 만나 인연을 맺고 결국 ‘MS 제국’을 일으킨 창업공신이다. 게이츠는 대학을 마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던 발머에게 자신의 MS로 옮겨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다. 발머는 즉시 학업의 꿈을 접고 게이츠의 MS에 합류했다. 발머는 7년간 영업부문 총책임자를 지내는 등 19년간 MS에서 종사하며 MS가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1백5억달러의 재산으로 미국 5번째 갑부로 꼽히는 그는 MS홍보실직원출신 아내와 시애틀 근교에서 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발머사장이 ‘비전 버전(Vision Version)2’라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제시하며 MS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전 버전2는 ‘고객중심 경영’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핵심은 MS를 생산부문 6개, 영업부문, 연구개발부문 등 8개 사업부문으로 분리하는 것.

그동안 OS 부문과 소프트웨어 부문 등 2개 부문만 있던 MS 생산부문은 앞으로 기업인, 전문지식인, 개인용 컴퓨터 이용자 등 특정 소비 계층을 중심으로 6개 부문으로 특화된다. 각 부문을 맡은 부사장은 자율경영권을 보장받기 때문에 신속히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직원 수가 3만명에 이르면서 경영층만 5단계에 이르자 복잡해진 결재과정을 단축하게 된 것이다.

발머사장은 지난해 9월 1백명이 넘는 직원과의 개인 면담을 통해 느낀 생각을 토대로 비전 버전2를 제시했다고 한다. 발머사장의 장수 비결은 빌 게이츠회장과의 친분 때문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자세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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