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총리 해임파장]하원서 옐친 탄핵안 통과 가능성

  • 입력 1999년 5월 13일 20시 12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를 해임함으로써 심화된 러시아 정국불안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일부에서는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옐친 대통령 탄핵 및 세르게이 스테파신 신임총리 인준 거부→옐친에 의한 의회해산→시위확산→유혈사태 등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경제는 물론 발칸반도 사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원은 12일 프리마코프 해임후 몇시간 만에 옐친 사임촉구 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14일에는 긴급회의를 열어 프리마코프 해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하원은 13일 옐친 탄핵여부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다. 15일 표결될 탄핵안은 5개나 된다. 그 사유는 △소연방 해체 △체첸전쟁 △93년10월 국회해산 때의 유혈시위 △러시아 국가위신 추락을 초래한 국방력 악화 방치 △민족 대학살 등이다. 이 가운데 체첸전쟁에 대한 탄핵안이 중도파인 야블로코당의 찬성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재적의원 4백50명 중 3분의 2인 3백명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통과된다.

그러나 하원 통과 뒤에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거쳐 지역대표로 구성된 연방위원회(상원)의 동의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탄핵안이 최종통과되기까지는 몇개월이 걸린다.

오히려 당장의 뇌관은 스테파신 신임총리 인준안이다. 의회내 기류로 볼 때 스테파신 인준안은 부결될 공산이 크다. 의회가 스테파신 인준안을 세 차례 거부하면 옐친은 헌법에 따라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그래서 옐친의 프리마코프 해임은 공산당이 다수를 차지해 눈엣가시같은 의회를 해산하기 위한 의도적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옐친의 프리마코프 해임은 러시아 경제회생에 즉각 악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은행은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차관 30억 달러 지급계획을 보류한다고 12일 발표했다. 러시아에 4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지난달 합의한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 정정(政情)의 향방을 주시하기로 했다. 프리마코프 해임은 옐친 자신의 몰락을 재촉할 지도 모를 위험한 도박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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