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전쟁 50일]승자없는 전쟁, 평화는 언제?

  • 입력 1999년 5월 13일 20시 12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 공습이 12일로 50일을 넘어섰으나 NATO는 유고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13일 새벽에는 유고군 2백50여명이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접한 메르다레 마을에서 철수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외국기자들에 의해 목격됐으나 전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활발하게 중재를 하던 러시아가 총리 등 각료해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데다 중국도 대사관 폭격에 따라 즉각적인 공습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NATO군은 12일 하루에만 유고 공격을 위해 항공기를 6백60회나 출격시키는 등 공격을 강화했다. NATO관계자는 13일에는 출격횟수가 8백회로 늘었다고 밝혔다. NATO군의 항공기는 지난 50일 동안 총 2만회, 하루 평균 4백회꼴로 출격했다.

그동안 유고는 레이더 시설의 절반이 부서지고 병영과 탄약고도 각각 20%가 파괴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또 수도 베오그라드를 비롯한 주요도시의 다리35개가파괴된것을 비롯해 2백75개 지역이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NATO가 공습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여전하다. 영국의 BBC방송은 12일 “NATO는 유고의 사회기반시설과 군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으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이고 정치적인 결과는 끌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NATO는 공습의 계기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에 대한 ‘인종청소’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유고가 코소보주민에 대한 탄압을 강화, 코소보에 거주하는 알바니아계 주민이 절반으로 줄었다. 75만명의 코소보 난민이 인근 국가로 흩어졌으며 확인된 피살자만 4천6백명이나 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쟁 비용도 만만찮다. 미국의 경우 월 평균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영국 프랑스 독일은 각각 월 평균 1억달러를 유고와의 전쟁에 쏟아붓고 있다. NATO회원국 전체로 따지면 한달에 15억달러의 전비가 들고 있다.

난민 및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보조금도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연간 40억∼5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발칸전쟁은 유고는 물론 NATO측에도 점점 ‘고통스러운 전쟁’이 되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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