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미시위 격화]5·4운동 80돌 겹쳐 애국시위 증폭

  • 입력 1999년 5월 9일 20시 02분


중국은 중국대사관 폭격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미시위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으면서도 사태추이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 5월과 6월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4일은 중국 애국주의 운동의 분수령인 5·4운동 80주년. 6월에는 89년 1백만명의 학생들이 운집해 민주화를 외쳤던 6·4톈안문사태 10주년이 기다리고 있다. 이때문에 중국 정부는 5월은 청년 학생들의 애국주의 정신을 한껏 고취시키되 6월은 조용히 넘어가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중국 당국이 학생들의 반미시위를 아직까지는 관망하는 듯한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그러나 시위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중국당국은 사태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미시위가 학생들의 애국심을 발산할 수 있는 계기이기는 하지만 자칫하면 그동안 억눌렸던 학생들의 다른 불만이 표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위 규모가 확대되고 시위가 격렬한 양상을 보이자 중국 정부와 공안당국은 8일 오후 긴급연석회의를 갖고 사태수습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학생들의 시위에 실업자 등 사회불만 세력이 합류할 경우 중국은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몇년간 국유기업개혁 및 정부기구 구조조정으로 많은 수의 실업자가생겼으며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돼 사회 일부에서 정부에 대한불만이팽배해 있다.

이번 반미시위는 10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등교한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계속 시위를 할 경우 중국 당국은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오폭 사건을 중국측에 신속히 사과하지 않는 바람에 반미감정을 더욱 자극했다고 미 워싱턴 포스트지가 9일 보도.

신문은 “오폭사건이 발생한 지 한참이 지난 8일밤(중국시간)까지도 제임스 세서 주중 미국대사는 유감을 표시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중국측이 분노했다”고 보도.

중국 관리는 이와 관련해 “우리를 뭘로 아느냐”며 “미국 외교관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있느냐”고 항의했다고.

…중국의 성난 시위대가 9일 오전 0시45분 청두(成都)주재 미 영사관 건물에 난입해 불을 지르는 바람에 건물 2층의 직원숙소와 응접실, 컴퓨터실에서 불길이 치솟았으나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관들이 몇분 뒤에 영사관에 도착, 불길을 잡았으나 성난 군중의 저지로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8일 나온 정부의 항의성명에 맞춰 대사관 피폭사건과 항의시위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 특히 자사 기자들이 사망한 신화통신과 광명일보는 극도의 분노를 표시하는 성명을 각각 발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신화통신 사오윈린(邵雲林·48·여)기자, 광명일보 쉬싱후(許杏虎·31) 기자와 그의 부인인 광명일보 광고부직원 주잉(朱潁·28) 등 3명.

〈베이징〓이종환특파원·외신종합연합〉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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