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英여왕, 女高에 「보은의 장학금」

  • 입력 1999년 3월 20일 08시 27분


29년동안 해마다 잊지 않고 6·25참전 영국군 묘역을 돌보아온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기간중 직접 ‘감사의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4월19일 방한예정인 여왕이 서울 구로구 궁동 구로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학생대표들을 대사관으로 초청해 직접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최근 이 학교에 알려왔다.

영국과 이 학교의 흔치 않은 인연은 29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 당시 한광여자상업학교였던 이 학교의 진인권(陳仁權·65·현이사장)교장은 학생들과 함께 임진강 근처 경기 파주군 설마리에서 영국군 전사자의 집단매몰지를 발견했다.

확인결과 이 매몰지는 51년4월 설마리에 주둔해 있던 영국군 그로스터연대 제1대대가 서울 점령을 위해 밀려내려오는 3만명의 중공군에 맞서 4일간의 격전을 치르다 6백50명의 대대원 중 절반이상이 장렬히 전사했던 곳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학교측은 매몰지를 발견한 후 해마다 서너차례씩 교사와 학생들이 묘역을 방문해 꽃과 나무를 심고 잔디를 가꾸는 등 단장을 해왔다. 이 학교 진창권(陳昌權·61)교장은 “29년간 쌓아온 우리 학교와 영국과의 인연이 이번 여왕의 방한으로 더욱 깊어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왕은 또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할 때 칠순 생일잔칫상도 받기로 했다. 버킹엄궁측은 거창한 생일 잔칫상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뜻을 표명했으나 주한영국대사관이 “한국문화에서 잔칫상은 당사자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 먹고 즐기는 일종의 축제마당”이라는 점을 설득해 승낙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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