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연쇄도산 위기…투자자들 자금인출 러쉬

  • 입력 1998년 12월 28일 19시 46분


단기 투기자금 운영으로 전 세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헤지펀드(단기적 국제투기자본)들이 금융위기로 인해 경영난을 겪는 ‘부메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 탄베리캐피털매니지먼트(TCM)사는 최근 “투자자들이 4천6백만달러의 인출을 요청했으나 현금은 2천9백만달러밖에 없다”며 “고객이 자금인출을 희망할 경우 현금으로는 80%밖에 내줄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고객들에게 보냈다.

뉴욕의 하이뷰캐피털사도 최근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자금상환에 응할 수 없다”고 통지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올 연말 계약경신을 앞둔 투자자와 은행의 자금인출 요구가 잇따르면서 헤지펀드가 극심한 자금난을 맞고 있다.

자금인출 요청을 받은 일부 헤지펀드들은 현금인출을 거부하거나 제한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사실상의 지불불능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헤지펀드 컨설팅사인 트레몬컨설팅사의 한 관계자는 “연말연시를 맞아 25∼50개 헤지펀드가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이같은 자금인출 러시로 3백∼5백개 헤지펀드가 내년초 경영위기에 처해 국제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LTCM)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3천여 헤지펀드에 대한 총투자액 1천7백50억달러 중 1백70억∼4백30억달러 가량이 올 연말 계약해지될 전망이다.

이처럼 투자회수 요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강화 움직임으로 투기자본의 활동여건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초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는 금융기관이 헤지펀드에 1억달러 이상을 융자할 경우 거래내용 등을 자국 증권감독기구에 신고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도 크게 줄어들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영우(李永雨)연구원은 “올 9월 LCTM이 파산위기에 몰린 이후 튜더인베스트먼트, 앨링턴캐피털 등이 도산위기에 시달리는 것도 헤지펀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