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國 정상외교]「기축통화」 美-日-中 신경전 예고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46분


《1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중국방문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시작으로 이달말까지 세계의 이목이 동북아에 쏠린다.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의 정상외교가 ‘21세기의 새 중심축’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이같은 열강의 교차외교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미국의 세계화 전략에 대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패권추구국의 대응, 기축통화경쟁과 세계경제위기 해법을 둘러싼 갈등, 이같은 주변 열강의 역학관계 변화가 한반도의 내일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본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경제분야 의제로는 △세계경제위기 해법 △일본의 경기부양정책 △아시아시장 개방확대문제 △위기의 러시아 지원대책 △중국 위안(元)화 가치의 유지문제 △세계 기축통화문제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이 잇단 정상회담에서 시장개방압력을 강화하고 일본에 대해 ‘역할수행’을 촉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러시아에 대한 지원협조와 중국의 평가절하 자제를 당부하는 등 나머지 대부분의 의제는 해답이 나와있는 편이다.

이 때문에 특히 기축통화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환란(換亂)이 번지기 시작하던 지난해 9월 1천억달러 규모의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제안했다.

미국은 이를 지역주의와 보호주의로 규정하는 한편 일본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이용해 자국의 헤게모니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듯한 이 제안을 용납할 리 없었다. 미국은 일본은 물론 말레이시아 등 몇몇 동조국을 설득하고 회유해 이 제안을 좌절시켰지만 일본은 불씨를 살리기 위해 틈을 살피고 있다.

일본은 ‘엔화의 국제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유럽단일통화의 출범은 일본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이 내년 4월부터 개발도상국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를 엔화로 실시하려는 것도 엔화의 국제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최근 아시아에 3백억달러를 지원하는 ‘미야자와 구상’까지 내놨다.

그러나 달러의 신뢰에 손상에 가는 일은 하지 않을 뿐더러 다른 통화가 달러와 경쟁을 벌이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경제외교 전략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개혁개방 20년을 맞아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일본은 물론 제2의 교역상대국이자 최대의 무역수지흑자를 기록중인 미국과의 관계강화를 중시한다.

그러나 중국은 아시아시장에서의 경제주도권을 놓고는 미일(美日)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는 것도 아시아 경제권에서의 위상강화 전략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가 기축통화로는 아직 시기상조인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위안화 위상강화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 도쿄〓윤상삼특파원 워싱턴〓홍은택특파원 서울〓황유성·구자룡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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