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2명과 동업 美헤지펀드 LTCM 『흔들』

  • 입력 1998년 10월 18일 18시 01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라도 용빼는 재주는 없군.”

미국의 대표적 헤지펀드(단기적 투기자본)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지난달 부도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의 투자자와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두 차례 놀랐다.

첫째는 잘 나가는 줄로만 알았던 굴지의 헤지펀드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둘째는 LTCM에 마이런 숄스(57)스탠퍼드대교수와 로버트 머튼(54)하버드대교수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2명이 파트너(동업자)로 참여하고 있는데도 이 회사가 도산위기에 몰렸다는 사실 때문.

이 회사는 그동안 월가에서 ‘너무나 똑똑해서 망할 수 없는 회사’로 통해왔다. 이같은 신뢰의 바탕에는 파생금융상품의 가격결정모델을 만든 투자론의 대가인 2명의 교수가 있었다.

숄스는 고(故) 피셔 블랙교수와 함께 파생금융상품 중 가장 복잡한 옵션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연구, 73년 ‘블랙―숄스모형’을 고안했다. 머튼은 이 이론을 발전시켜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숄스와 머튼은 이 공로로 작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94년 지분참여도 하고 영업도 도와주는 파트너로 LTCM에 합류한 이들은 각종 금융상품의 현물거래와 선물거래간 가격차이를 계산해내는 첨단 투자기법과 투자를 국가별로 분산시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덕분에 LTCM은 95, 96년 40%가 넘는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려 두 사람은 이론뿐만 아니라 실전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8월 한달동안 LTCM은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순자산의 44%에 가까운 2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어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의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바람에 타격은 점차 커졌다.

노벨상을 받은 정교한 가격결정모형도 럭비공처럼 어디로 튀는지 알 수 없는 러시아 등의 혼란상황에서는 무력했던 것.

LTCM은 결국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주선으로 16개 은행으로부터 3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파산을 모면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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