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8주년]舊동독, 좌파정권에 「삶의 변화」큰기대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내년부터 통일 독일의 수도가 되는 베를린은 공사현장이다. 특히 동베를린 지역은 건물의 신축 개축 또는 보수때문에 타워크레인이 숲처럼 보일 정도다.

통일직후만 해도 어두컴컴한 거리가 새로 단장돼 깔끔해졌고 변두리 지역도 이젠 아늑하고 조용한 주택가로 바뀌고 있다.

옛 동독 민주화 시위의 중심지였던 라이프치히시도 마찬가지. 악성(樂聖) 바흐가 악장을 맡았던 성 토마스교회를 비롯해 건물의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달 27일 총선 열풍이 지나간 이 도시 주민들은 이제 바뀐 정권에 기대를 걸고있다. “종전 보단 뭔가 달라지겠지” “경제가 좋아져 실업을 줄여주겠지”하는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총선에서 기민기사(CDU/CSU)연합의 헬무트 콜총리와 사민당(SPD)의 게르하르트 슈뢰더후보 모두 동독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삼아 집중공세를 벌였다.

서독지역의 표심(票心)은 비교적 안정돼 있기 때문에 동독주민의 방향이 대세를 결정지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양당 후보가 내건 공약은 한결같이 “동독지역을 더 많이 지원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후보들의 유세현장을 둘러보면서 느낀 동독주민들의 표정에는 “이제는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결의같은 것이 보였다.

투표결과는 ‘새 정부와 새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전 콜총리의 CDU/CSU에 몰렸던 38.5%의 지지율은 27.6%로 급락했다. 대신 SPD에 대한 지지율은 31.8%에서 35.6%로 급등한 것이다. 공보처 산하 국제협력기관에서 일하는 스테판 판케(33)는 동독출신. 통독되기 5년 전인 86년 서독행에 성공해 브라질에 유학하는 등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5∼6개 언어에 능통한 유능한 젊은이다. 그러나 그가 동독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서독사람이 “‘어쩐지 동독출신 같다’고 말하면 언짢다”고 말했다.

물리적 장벽은 없어졌지만 서독사람이 보기에는 일처리와 언행이 아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공산통치하에서 겪은 동독인의 그늘진 삶의 방법, 즉 소극성, 불투명한 직업관, 서투른 기술, 노동윤리의 미흡 등은 통일 8년이 됐지만 아직도 동서독 주민간에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위축된 마음’은 동서독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다. 이 때문에 콜 총리도 내적통합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독일정부가 91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독지역에 쏟아부은 각종 자금은 무려 1조3천6백60억 마르크(약 1천92조8천억원). 덕분에 작년에만 동독지역의 수출증가율이 26%에 이르고 교통 통신 등 사회인프라 구축이 가속화했다.

하지만 동독지역 근로자의 평균급여는 서독지역의 77.2%, 생산성은 62%. 동독지역 실업자 수가 1백36만명, 실업률이 18%여서 서독지역의 실업률 11%와도 대조적이다.

서독주민의 불만도 적지 않다. “언제까지 동독주민의 불평불만을 들어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간의 갈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적통합은 상당이 진전되고 있다.

슈뢰더총리예정자는 총선승리의 날 “통일 8년을 맞는 올해 정권을 교체했으므로 동독지역에 새 기회를 줘야하며 동독지역 재건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동서독 주민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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