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추문보고서 기습제출]의회로 넘어간 「클린턴의 운명」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40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각종 스캔들을 수사해온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9일 클린턴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실질적이고 믿을 만한 정보를 수집했다면서 수사보고서를 하원에 전격 제출했다.

이로써 클린턴대통령의 운명에 대한 결정권이 의회에 넘어간 가운데 미국인의 관심이 온통 보고서에 집중되고 있다.

스타검사가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과 리처드 게파트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 앞으로 발송한 보고서는 500쪽의 본문과 36상자 분량의 각종 증거물 복사본. 보고서에는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은 물론 화이트워터사건 트래블게이트 등 스타검사가 지난 4년간 담당한 클린턴대통령이 관련된 각종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가 들어있다.

스타검사의 찰스 바클리대변인은 “보고서에는 미국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믿을만한 정보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하원은 11일 본회의에서 보고서를 국민에게 공개할지 여부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며 가결될 경우 곧 언론을 통해 발표된다.

스타검사는 백악관에서 보고서의 사전열람을 주장하는 등 지연작전을 구사하려는 것을 간파하고 보고서를 기습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부터 백악관에 의원들을 차례로 불러 용서를 구하면서 의회 무마작전에 돌입한 클린턴대통령으로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하원은 9일밤부터 민주 공화 양당 중진의원들의 회합을 열어 보고서 처리에 대한 협의에 착수했으며 보고서가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증거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탄핵청문회 개최여부도 보고서 검토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미 헌법은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반역죄 뇌물수수죄 및 중대한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경우라고 다소 막연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우선 의회는 르윈스키 스캔들과 관련해 클린턴의 위증이나 사법방해, 권력남용 혐의가 얼마나 엄밀한 증거에 뒷받침되고 있는지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다음은 이같은 범죄가 탄핵사유가 될 만큼 심각한지에 대한 판단.

의회가 탄핵결정에 나설 경우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향배가 클린턴의 운명을 좌우한다. 상원에서는 과반수 표결인 하원과 달리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탄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상원 의석분포는 공화 55석, 민주 45석.

다만 의회가 탄핵표결을 하더라도 시기는 11월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간선거결과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 클린턴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