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융시장 『요동』…위안貨절하 가능성 아시아 긴장

  • 입력 1998년 8월 10일 19시 31분


엔화가치와 주가의 급락으로 일본 금융시장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천문학적 규모인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경기침체라는 내부 요인이 가장 큰 불안요소이지만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도 무서운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골칫거리 부실채권과 경기침체〓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누적은 올 2월이후 계속되고 있는 엔화약세의 근본 요인이다.

90년대 초반 거품경기가 걷히기 시작한 데 이어 작년부터 본격화된 전후(戰後) 최악의 불황으로 일본 금융기관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다.

일본 금융감독청이 공식 발표한 부실채권만도 87조엔. 미국에서는 일본의 부실채권이 1조달러(약 1백40조엔)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부실채권문제 해결을 제쳐놓고서는 엔화가치가 회복되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단숨에 처리하려 할 경우 금융기관의 연쇄도산 등 경제 사회적 부작용이 너무 크다.

부실채권을 완전히 정리하려면 66만명의 실업자가 생기고 경제성장도 1.3%포인트 가량 낮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연착륙(소프트 랜딩)전략’을 택하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도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부실채권을 하루 빨리 처리하는 것만이 엔화방어의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하는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6월 중순 엔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미국은 “일본정부는 부실채권 처리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이다.

▼두려운 ‘위안화 평가절하’〓일본 금융시장에는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지난 주말부터 뉴욕 런던 등 국제금융시장에 공공연히 나돌았고 10일 도쿄시장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금융시장에 영향력이 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경제성장 감속이 국제금융시장에 파란을 몰고 올 것이며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도 높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홍콩달러화의 불안에다 수출에 이미 빨간 불이 켜진 중국은 양쯔강 홍수로 농업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돼 위안화 평가절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위안화평가절하를 선언할 경우 아시아경제가 입을 충격은 치명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일본 금융계는 “중국이 더이상 평가절하 욕구를 참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심리적인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엔화의 장래〓엔화약세의 큰 흐름은 당분간 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이 다시 협조개입을 하지 않는 한 달러당 1백50엔대까지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미국이 다시 협조개입에 나서줄지도 불투명하다.

엔화가치와 주가의 동반하락으로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와 주가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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