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러 외무회담이후]갈등불씨 잠복한 동반자관계

입력 1998-07-26 19:56수정 2009-09-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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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의 26일 회담으로 ‘외교관 맞추방사태’ 이후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던 한―러관계는 일단 ‘복원’됐다.

양국 장관은 “외교관 맞추방사태가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인식 아래 양국간 우호협력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때 양국 정상회담 개최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 △박장관의 9월 러시아 공식방문 △제2차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의 하반기 개최 등 양국간의 ‘건설적 동반자관계’를 다짐하는 합의들도 도출해냈다.

그러나 회담 자체는 ‘합의’만큼 ‘합심(合心)’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날의 합의도 사실은 외교관 맞추방사태 이전부터 추진해왔던 일들이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러 외무장관 회담으로 봉합의 모양은 갖췄지만 실제 외교전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이처럼 한편으론 한―러 기본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봉합’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물밑 외교전’을 준비하는 배경은 다소 복잡하다.

한국정부는 러시아정부가 주러한국대사관의 조성우(趙成禹)참사관을 ‘스파이’로 몰아 추방한 배경에는 90년 수교 이후 기대이익이 충족되지 못한데 따른 불만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관계복원’을 다짐했지만 앞으로도 한반도 주변4강의 일원이라는 ‘존재과시’와 함께 남북한관계를 지렛대로 한 다양한 형태의 압박을 가해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예컨대 고위인사교류 등으로 그동안 뜸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한국에 대해 러시아제 무기구매 확대 등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옐친대통령간의 한―러정상회담이나 프리마코프장관의 97년 방한때 러시아측의 핵심관심은 대한(對韓)무기판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우호협력을 다짐한 양국 외무장관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러관계는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마닐라〓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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