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명수 던랩 美선빔社회장, 불명예 퇴진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18분


무리한 구조조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사람자르는 일’에 앞장섰던 최고경영자가 ‘정리해고’됐다.

이같은 아이러니의 주인공은 미국의 가전제품 메이커인 선빔의 앨버트 던랩 회장(60).

96년6월 회장에 취임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 줄이고 장사안되는 사업 포기하는’ 사업축소형 구조조정 분야의 1인자였다. 때문에 그에게 붙은 별명은 ‘벌목용 전기톱’. 그는 이 별명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녔다.

자신이 손수 뽑은 이사회 멤버들이 15일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적자투성이 회사를 경영한지 1년반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는 97년말 결산보고는 엉터리”라는 언론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동시에 기업의 전통이나 장기비전을 무시한 채 단기적 비용삭감에만 집착한 것이 사내 곳곳에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던랩회장은 자신의 1억달러대 연봉을 유지하기 위해 오로지 주가유지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따라서 반년전까지 39달러하던 주가도 14일 1년내 최저치인 18달러로 폭락했다. ‘던랩이 선빔을 떠날지 모른다’는 소문말고는 주가하락요인이 없다던 지난해말 상황이 거짓말같이 들린다.

지난달 콜먼사 등과 통합하면서 던랩이 해고한 종업원수는 회사전체 사원의 절반에 가까운 6천4백명. “정밀조사만 하면 종업원의 80%는 잘라도 문제없다”며 평소 소신을 맘껏 발휘했었다. 무리한 구조조정 결과 올 1·4분기중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하락, 4천5백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두자릿수 매출성장률을 낙관했던 당초 예상과는 판이한 결과였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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