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독자외교」 큰소리에 곤혹스런 美國

  • 입력 1998년 3월 30일 19시 58분


“미국의 적이 우리의 적은 아니지 않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을 ‘정중하지만 따끔하게’훈계해 화제가 됐던 넬슨 만델라 남아공대통령이 이번에는 느닷없이 이란 방문을 선언, ‘세계의 경찰국가’임을 자임하는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금년 79세의 노대통령은 29일 남아공을 떠나는 클린턴대통령을 전송하자마자 CNN과의 회견에서 “곧 이란을 방문하겠다”며 미국이 ‘적대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이란 리비아 쿠바 3국과의 우호관계를 지속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만델라대통령은 지난 해에도 미국이 테러국으로 지목하고 있는 리비아를 두 차례나 방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원수와 보란듯이 교분을 과시한바 있다. 만델라대통령은 CNN과의 회견에서 “과거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철폐투쟁 당시 미국과 다른 서방국들이 우리의 적들을 도울 때 이란 등은 우리를 지지했다”며 이들 국가는 남아공의 우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27일 클린턴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 나라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 우리를 실질적으로 도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게 해준 사람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도덕률”이라고 강조했다.

만델라대통령은 또 미국의 새로운 아프리카원조정책을 담은 ‘미국―아프리카성장기회법안’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들과 통상할 자유를 제한하는 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해 미국을 난처하게 했다.

클린턴은 섹스스캔들로 궁지에 몰려있기 때문에 만델라의 높은 도덕적 권위 앞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델라대통령은 29일 방영된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감옥에 고요히 앉아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과거를 생각하고 잘못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27년간의 감옥생활을 회고해 그의 미국과 클린턴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심오한 인생철학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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