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이는 표적수사 희생양』…「자살하루전 인터뷰」밝혀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지난달 19일 자살한 한국계 일본중의원 4선의원 아라이 쇼케이(新井將敬)는 목숨을 끊기 하루 전인 18일 한 서방언론인에게 “검찰수사는 날조이며 나는 희생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이 한국계라는 사실이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18일 오후 2시 부인과 함께 머물던 퍼시픽 도쿄호텔로 한 서방언론사 일본특파원을 불러 한시간 가량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 언론인은 “검찰 발표내용을 여과없이 보도, ‘아라이 죽이기’에 가세한 일본 매스컴에 대한 불만을 나에게 털어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신원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아라이와 비공개 인터뷰한 내용을 밝혔다. 다음은 그 요약.

아라이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초조해 보였다. 그러나 하루 뒤에 자살하리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나는 그가 검찰수사에 따른 괴로움보다 신념에 따라 자살한 것으로 생각한다.

아라이는 “닛코(日興)증권에 차명계좌를 개설하긴 했지만 검찰 주장처럼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차명거래는 현직 각료를 포함해 수백명의 정치인이 하고 있는데 자신만 겨냥하는 것은 ‘표적수사’라고 말했다. 아라이는 닛코증권 하마히라 히로유키(濱平裕行)상무가 검찰조사내용을 입수해 상사에 보고한 자료 사본을 보여주면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검찰수사는 날조된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 자료에는 조사초기 (아라이가 압력을 넣었다는) 검찰주장을 부인하는 하마히라에게 “그렇다면 회사와 개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 각오하라”고 검사가 ‘위협’하는 내용도 있었다.

아라이는 검찰과 닛코증권간에 자신을 제외한 다른 정치인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닛코증권측은 처음에는 버티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아라이가 압력을 넣었다”고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 닛코증권은 ‘흰 색’을 ‘검은 색’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성격이 애매한 ‘회색’을 ‘검은 색’으로 인정했다. 압력여부는 ‘회색’에 속하는 부분이었다.

아라이는 한국계라는 점이 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말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묻자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아라이의 비서들은 그동안 ‘핏줄’ 때문에 입은 피해를 열거하면서 “한국계에 대한 편파수사”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도쿄〓윤상삼·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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