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 『골프대접도 뇌물』

  • 입력 1998년 1월 19일 20시 58분


“일요일 일정이 비어있는데 뭐 좋은 일 없을까.” “골프 클럽으로 한번 모시죠.” 일본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18일 이같은 수법으로 관련 업체들에 은근히 향응을 강요해온 일본도로공단 이사카 다케히코(井坂武彦)이사를 뇌물수수혐의로 전격체포했다. 대장성 조폐국장에서 94년 도로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그가 노무라(野村)증권으로부터 요정 음식점 골프장 등에서 받은 접대횟수는 밝혀진 것만도 41차례. 액수로는 2백58만엔에 해당한다. 검찰은 그가 현금뇌물을 받지는 않았지만 향응을 받은 대가로 도로공단이 발행한 외화채와 관련해 노무라증권을 봐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향응을 제공한 노무라측 무라스미 나오다카(村住直孝)전부사장과 전상무 등 2명도 뇌물공여혐의로 함께 체포했다. 이번 사건은 뿌리깊은 부패 관행을 근절하려는 검찰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공무원에 대한 접대가 워낙 일반화 돼 있는 일본에서 이같은 검찰의 결정은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사회는 검찰이 수사 실무상의 어려움을 보완해 이번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판례는 이미 뇌물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돈이나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체의 행위’가 뇌물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향응을 뇌물수수행위로 본 대표적인 경우로는 89년의 리쿠르트 사건을 들 수 있다. 이사카이사는 검찰에서 “경솔하게 행동한 점을 반성하지만 특정 증권회사를 봐주진 않았다”고 수뢰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도쿄〓윤상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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