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경제번영 요인]가족형中企 시장변화 적응빨라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3분


찬란한 고대문화, 축구 그리고 정정혼란과 마피아의 나라 이탈리아는 서방선진 7개국의 하나인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다. 96년도 국내 총생산(GDP)이 1조2천1백48억달러, 1인당 GDP가 1만9천6백70달러에 이르며 섬유 디자인 기계 철강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자랑한다. 평균 10개월마다 내각이 바뀌는 정정불안 속에서 이처럼 알찬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요인은 크게 두가지. 지방자치가 강한 이탈리아의 독특한 정치문화와 중소기업들의 특화되고 뛰어난 기술 수준 때문. 이탈리아의 정치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의 전통이다. 과거 1천5백여년 동안 밀라노 나폴리 피렌체 등 10여개 공국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이탈리아는 1860년대에야 근대적 의미의 통일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지역중심적 전통이 사회 경제 전반에 뿌리깊게 남아있다. 남부지역은 농업이나 광업, 중북부는 기계 섬유 의류산업이 발달돼 있다.이같은 산업특화는 중앙정부의 간섭이나지원 없이 오로지 지방정부의 주도하에 이뤄져 왔다. 또 다른 요인은 이탈리아 특유의 가족형 중소기업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경제의 굳건한 토대를 이루어 온 바탕도 중소기업들이다. 이탈리아의 중소기업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종업원수 3백명이면 이탈리아에서는 대기업이다. 1백명 미만 중소기업의 고용비율은 77%에 이른다. 그것도 대부분 10명 내외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어 가내 수공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법하다. 이러한 소규모 기업은 대대로 전승된 기술에다 현대적 감각을 가미, 세계적 수준의 상품을 만들어낸다. 노사문제가 없고 의사결정과정이 빨라 시장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장점이다. 중소기업의 활약에 힘입어 이탈리아는 지난해 총 2천5백8억달러를 수출하고 4백3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의 김홍래 공보관은 『이탈리아 정치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가진 수많은 중소기업군에 의해 건실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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