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선봉지구 中기자 르포]『자본주의 씨앗 보인다』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6년전 자유무역지대로 선포된 북한 나진선봉지역이 지난 6월 시장개혁 조치 이후 돈벌이를 위한 거래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지역을 둘러본 중국 랴오닝(遼寧)신문 기자 두 명은 『개장한 지 두달밖에 안된 원정리 자유시장이 매우 활기가 넘치고 있었으며 주민들의 장사수완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다롄(大連)무역관이 입수, 18일 공개한 이 신문의 르포기사 요약. 인구 7만명의 나진시 중심가 길가엔 널판지로 만든 4㎡ 넓이의 간이 가게가 50∼70m 간격으로 60여개 정도 서있다. 가게 안에는 상을 들여놓아 손님 3명이 비집고 앉아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진열된 상품들은 알사탕 계란 찐빵 등 식료품과 빙천표 오성표 맥주 등.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주인들은 대부분 여성들. 역앞에 세워진 10여개 가게에선 자정이 넘어도 손님이 앉아 술을 마셨다. 장사가 잘 되는 날의 매출액은 3백북한원(1달러〓2.5북한원)으로 20%는 세금으로 낸다. 그러나 세금을 내도 하루에 남편 한달 월급에 맞먹는 1백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게 가게 여주인의 설명. 이 여주인은 『당에서 허용하니 하는 것』이라며 『장사를 한다고 해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근처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개방전망을 묻는 질문에 『잘 살려면 개방해야 한다. 이곳의 환경이 얼마나 좋은가. 개방하면 그 혜택을 우리가 우선 입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라고 스스럼없이 답했다. 나진에서 원정리 자유시장으로 이어진 길에서 만난 중년여성도 『6월 시장이 생긴 이후 줄곧 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며 『재미는 있는데 교통이 불편해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원정리 자유시장은 입구에서 북한 사업일꾼들이 입장권을 가진 사람만 들여 보내고 있었지만 시장내에는 3백여명의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한쪽편의 고정 판매대에는 중국상인들, 반대쪽엔 북한 상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북한측은 주로 낙지 명태 등 해산물과 공예품을 내놓았고 중국제품은 쌀 국수 옷 등 생필품이 대부분.북한측 사업일꾼은 그동안 매주 3일씩 섰던 장이 조만간 화 수 목 금 4일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정리〓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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