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령이 선거자금 스캔들과 관련, 연방수사국(FBI)요원들에게 신문을 받는 「사건」이 발생,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현직 정 부통령이 동시에 FBI요원들에게 개별 신문을 받은 것은 미 헌정사상 초유의 일.
일단 FBI가 스캔들에 연루된 대통령과 부통령을 직접 조사함으로써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상징적 의미는 구현됐다.
클린턴에 대한 조사는 재향군인의 날로 휴일이었던 11일밤 백악관에서 최소한 두시간이상 실시됐다. 4명의 법무부소속 검사와 2명의 FBI요원이 조사관으로 참석했고 대통령측에서는 개인 변호사 데이비드 켄델이 배석했다. 같은 시각 해군 관측소에 있는 관저에서 조사받은 고어 부통령의 경우 조사시간은 클린턴보다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다 선서는 하지 않았고 속기사도 배석하지 않아 본격적인 수사나 증언청취는 아닌 것으로 미국언론들은 보고 있다.
개별 신문은 특별검사 임명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무부가 벌이고 있는 사전 예비조사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시한은 다음달 2일.
조사의 초점은 클린턴과 고어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외부로 정치자금 기부를 요청하는 전화를 한 행위가 연방정부 건물 안에서 정치자금 모금행위를 금하고 있는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고어는 최소한 46차례 전화를 했다고 인정했다. 클린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리고 있으나 사실상 부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변호사 출신인 두 사람은 정치자금 기부 대상자가 연방건물 밖에 있을 경우 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법리논쟁으로 이 사건을 끌고 가고 있다. 이번 조사가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전단계인지 아니면 임명하지 않거나 또는 임명하기 어려워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달 FBI요원들의 방문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