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포 연극세계]웃으며 깨닫는 「감추어진 권력」

  • 입력 1997년 10월 10일 08시 03분


극작가 연출가 배우로 활약해온 「전방위 연극인」 다리오 포는 우리나라에서도 「돈내지 맙시다」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오픈 커플」 등의 작품이 공연돼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돈내지 맙시다」는 「안내놔 못내놔」 「슈퍼마켓에 난리났네」 등의 타이틀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무대에 올라왔던 작품. 물가고에 허덕이는 어느 마을.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뛰자 동네 아낙네들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쳐 배에 감추고 다니기로 한다. 남편들은 아내가 임신한 줄 알고 법석을 떠는 바람에 혼란이 생기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다니는 경찰은 아낙네들의 꾀에 빠져 봉변하기도 한다. 경기불황, 물가고, 온갖 비리와 부패속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력마저 무디게 만드는 세태를 슈퍼마켓이라는 공간을 통해 드러낸다.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은 90년 채윤일씨 연출로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된 정치극. 그러나 어둡지는 않다. 오히려 뛰어난 희극성과 절묘한 극작술, 그리고 이탈리아가 배경임에도 우리 사회구조와 맞아떨어지는 통치권력에 대한 풍자정신으로 인해 우리 관객들에게도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갖가지 신분이나 직업을 사칭하고 다니는 미친 사람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가 입담과 정연한 논리로 풀려난다. 그는 이 과정에서 경찰이 한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을 재조사할 방침이라는 걸 알고 판사로 변장하여 경찰들을 혼내준다. 경찰에 의한 고문과 사건 조작, 은폐 등이 마치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가 부인 프랑카 라메와 함께 쓴 「오픈 커플」은 부제 「다리오 포의 새로운 부부철학」이 말해주듯 부부관계를 페미니즘 시각으로 풍자 비판한 여성연극이다. 89년 서울 대학로극장에서 이윤택 김광림의 연출로 선보인 작품. 16∼17세기 이탈리아 희극인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전통적 희극기법을 사용하면서 매우 대담하고 직설적으로 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같이 사회속에 뿌리박고 민중 곁에 서서, 싱싱한 웃음과 신랄한 풍자로 「거친 연극」을 추구해온 다리오 포는 우리나라 연극인으로 치면 이윤택씨나 오태석씨와 비교할 수 있다. 연출가 이윤택씨(우리극연구소 대표)는 『북유럽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세련된 연극, 미국중심의 상업적 연극에서 남부 유럽의 민족성과 민중성 전통성 중시로 연극의 무게중심이 옮아간 것을 의미한다』며 세계적으로 다리오 포 붐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