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항공 여객기가 추락하고 하루가 지난 4일 시신수습은 완료됐으나 한국인 시신의 신원확인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현지 교민과 서울의 유족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현지교민과 공관직원 등 50여명은 캄보디아 군경과 함께 시신수습을 끝내고 신원확인에 나섰으나 한국인 사망자 21명중 16명의 신원만 확인했다.
이는 얼굴이 심하게 훼손됐거나 불탄 시신이 적지 않은데다 신원확인에 도움이 될만한 지갑과 손목시계 등을 도난당한 시신도 많았기 때문.
이에 따라 교민들은 생김새와 옷차림으로 일단 한국인을 확인했으나 손상이 심한 시신에 대해서는 속옷의 상표를 보며 확인했다. 교민들은 또 유족들의 확인을 돕기 위해 병원에 안치된 시신의 지문을 일일이 채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교민들은 부인들까지 함께 나서 밤새워 영안실을 지키며 한국인 시신을 알코올로 닦고 부패방지를 위해 포르말린을 주사했다.
교민들이 이처럼 폭우와 폭염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수습활동에 나서자 캄보디아정부내에서는 한국인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국대표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도 사고현장의 불에 탄 사고기 엔진 옆에는 「재단법인 통일시대연구소 기획실장 송경렬」이라는 명함 한장과 「디스」담배 3갑이 진흙투성이가 된채 뒹굴었다. 현장 주변에는 네 그루의 야자수가 쓰러져 있고 서있는 나무도 30∼40m높이까지 불에 심하게 그을려 있었다.
현장 진입로에는 대형구급차량 한대가 논바닥에 바퀴가 빠진채 방치돼 구조에 애를 먹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시신은 대부분 현장에서 7㎞남짓 떨어진 칼메트병원에 안치됐으나 사망직후 화장(火葬)을 하는 현지관습 때문에 냉동시설이 갖춰진 영안실이 없어 교민들을 애타게 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훈 센 제2총리가 3일 밤 웅후옷 제1총리와 임만다 재해대책위원장 및 관계장관들을 대동하고 칼메트병원을 방문, 영안실이 형편없다는 한국교민회 요청을 받아들여 임시영안실 마련을 즉각 지시. 이에 따라 병원측은 스태프회의실 2개를 영안실로 개조, 에어컨 12대를 급히 설치했다. 파격적으로 훈 센 총리는 이날 밤 9시반부터 4일 오전 2시까지 병원을 지키며 한국의 박경태(朴慶泰)대사와 사고처리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5일을 국가애도일로 지정.
○…베트남 항공사측이 사망자 1명당 10만 SDR(약 1억2천만원)의 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이 돈을 유족들에게 일괄지급하겠다고 밝힌 뒤 장례비 등에 대해 더이상 말하지 않자 유족들은 『당장 급한 장례비와 경비를 어떻게 지급할지 밝혀달라』며 반발. 이에 항공사측은 『본사에 보고한 뒤 추후 알려주겠다』며 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