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大使 CIA고용설,「망명타진」→「포섭됐다」로 誤譯

  • 입력 1997년 8월 29일 20시 23분


한개의 영어 단어에 대한 경직된 해석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다. 28일 국내 언론들은 워싱턴포스트의 한 기사를 인용, 북한의 장승길대사가 오래전부터 미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포섭 또는 고용됐었다고 전했다. 마치 장대사가 망명이전부터 CIA의 첩자로 활동해왔다는 엄청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이같은 보도는 Recruit라는 영어 단어를 한쪽으로만 해석한데서 비롯된 것. 원문은「He had beenrecruited by the CIA over a longer period」. 직역하면 「그는 훨씬 오래전부터 CIA에 의해 포섭 또는 고용돼 있었다」고 해석될 법한, 실제 그렇게 해석되기도 한 이 문장의 본뜻은 「CIA는 오래전부터 그에게 접근, 망명의사를 타진해왔다」는 것. Recruit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신병으로 또는 새 회원으로 들이다」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신병으로 또는 새 회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해 접촉한다는 뜻이며 아직 가입여부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의 동사로 쓰인다. 이를테면 입사 면접(job interview)과 같은 행위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지 채용이 완료된 상태를 의미하는 employ와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다는 게 미국 사람들의 해석이다. 이 기사를 쓴 워싱턴포스트의 제프리 스미스 기자는 논란이 커지자 『CIA가 망명을 요청했다는 뜻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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