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43세총리 블레어]패기-능력겸비…『젊은 영국』깃발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43세의 토니 블레어. 영국국민들은 왜 그를 선택했을까. 변화에 대한 기대와 21세기를 목전에 둔 중요한 시기. 젊은 블레어가 이같은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나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블레어는 영국 역사상 세번째의 최연소총리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우선 젊고 참신하다. 지지자들이 보수당의 18년간 장기집권으로 정체상태를 보인 영국사회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또한 노동당을 「신노동당」으로 바꾸는 개혁과 현대화를 통해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 생산수단의 국가소유를 규정한 당헌4조를 폐지,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청산했으며 당을 상징하는 색깔을 붉은색에서 주홍색으로 바꿔 투쟁적 이미지를 완화시켰다. 또 정치권에 대한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하는등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노조문제를 제압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내렸으며 동료들에 대한 호칭도 사회주의 냄새를 풍기던 「동지」 대신 「동료」로 바꾸었다. 블레어는 부친이 변호사인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고향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그의 부친은 한때 공산당에 몸담았다가 보수당으로 전향, 열렬한 당원으로 활동했다. 블레어는 초등학교때부터 사립학교를 다녔으며 중등학교시절인 13세때는 학교모의선거에서 보수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상당히 개혁지향적이지만 성장배경 때문에 노동당에 몸담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보수주의의 뿌리도 깊다. 그래서 흔히 그를 「노동당내 작은 보수주의자」로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총리가 되기는 했으나 그는 옥스퍼드대(법학)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 「추문」이라는 밴드를 조직, 리드싱어로 활동했으며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22세때인 75년 한 노동당의원과의 인연으로 노동당에 입당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졸업후 한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다 83년 잉글랜드 북동부 세지필드지역구에서 30세의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노동당 예비내각에서 동자 노동 법무 내무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94년 존 스미스당수가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당수경선에 나서 41세의 나이에 당수직을 거머쥐었다. 그는 당수경선 당시 『노동당이 21세기의 수권(授權)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전략과 자체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 비전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스마트하고 강인해 보이는 외모에 설득력있는 달변까지 겸비, 대중정치인으로서 손색이 없는 것도 그의 강점이다. 별명도 많다. 영국의 만화에 등장하는 사랑스런 사슴을 연상시킨다고 해 「밤비」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카리스마적 성격 때문에 한때 「스탈린」, 심지어 「金日成」(김일성)이라고까지 불렸다. 당수가 된 뒤에는 「영국의 케네디」 또는 「영국의 클린턴」을 의미하는 「블린턴」이 별명이 됐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부인 체리(43)와의 사이에 2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오는 6일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만44세 생일을 맞는다. 영국민은 블레어부부에게 최고의 선물을 준 셈이다. 〈런던〓이진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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