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검찰의 표상 야스하라 前총장 타계

  • 입력 1997년 3월 21일 20시 10분


[동경〓윤상삼특파원] 일본 금권정치의 대부로 불리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총리의 정치생명을 마감시킨 「록히드사건」때 법무성 형사국장을 지낸 야스하라 요시호(安原美穗)전검찰총장이 21일 사망했다. 향년 78세. 그는 재직 당시 「도망치지 않는 검찰」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엄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펼치는데 앞장섬으로써 검찰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공헌했다. 교토대 법학과 출신인 그는 77년 도쿄(東京)고검 검사장을 거쳐 81년에는 검찰총장에 올랐었다. 록히드 사건 당시에는 형사국장으로 미국측 자료를 입수하기 위한 사법 공조에 온갖 힘을 기울였으며 검찰이 정치적인 외압을 피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방패막이가 됐다. 록히드 사건은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사가 일본의 정치인 및 고관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증언이 지난 76년 미상원에서 터져나옴으로써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궁지에 몰린 자민당과 다나카총리는 검찰에 수사중단 압력을 가했지만 야스하라에겐 통하지 않았다. 「일본판 워터게이트」로 불린 록히드 사건은 전후(戰後) 일본 금권정치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야스하라는 「열린 검찰」을 표방하면서 관련정보를 수집하는 데 광범위한 국민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검찰다운 검찰」의 표상이었던 야스하라는 한보사건 수사를 비롯, 거의 모든 의혹사건수사에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해온 한국검찰지휘부와는 극명하게 대조를 보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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