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사망/중국은 어디로]개방에 밀리는 「이념」

  • 입력 1997년 2월 25일 20시 13분


[북경〓황의봉특파원] 5천7백만 당원으로 12억명의 중국인민을 통치해온 세계최대의 중국공산당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鄧小平(등소평)의 사망은 중국공산당의 혁명세대가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퇴장했음을 상징하는 한편 공산당이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직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중국공산당이 당면한 최대의 도전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자신이 추진한 개혁 개방정책으로부터 비롯된다. 등소평에 의해 제창된 중국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중국인민을 빈곤으로부터 탈피시킨 반면 국유기업의 민영화 등 결과적으로 공산당의 관할영역을 축소시키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논리적 모순도 중국공산당의 내일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자본주의나 다름없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사회주의가 과연 언제까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시장경제라는 물적 토대위에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고수하는 현재의 「어색한 동거」가 궁극적으로는 공산당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등의 사망이 중국공산당을 당장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갈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으나 잠재적 위기요인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등 사후 권력투쟁이 촉발되고 이것이 이념대립과 상승작용을 할 경우 당내분열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공산당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등소평사상의 좌파적 요소와 우파적 요소가 무리없이 공존해왔으나 등이 사라진 이상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미 당내 보수파 이론가 鄧力群(등력군)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만언서(萬言書)형식의 문건을 회람, 사회주의 공유제의 유지를 주장하는 등 이론투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운동세력의 도전도 중국공산당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요소다. 89년 천안문사태가 진압된 이후 시위주도자들은 대부분 체포됐거나 해외로 망명, 국내에 이렇다할 조직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닌데다 빈부격차와 부패심화 등으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시위형태로 표출되고 학생 등 지식인세력이 가세하면 또다시 민주화요구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공산당의 장래와 관련, 어떤 형태로든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대만의 국민당처럼 일당독재체제를 청산하고 일당독대(一黨獨大)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은 공산당이 주도하되 정치적 다양성이 허용되는 비공산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대의제(代議制)정치를 뿌리내리는 방안도 공산당의 장기적 존립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다. 공산당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체제로부터 국가행정 사법기관 등이 전인대에 책임지고 감독을 받는 대의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공산당의 향후운명은 개혁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적 환경에 적응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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